한시 & 한문2008/01/04 14:23
[2004년 1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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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有客 -

    有客淸平寺
    春山任意遊
    鳥啼孤塔靜
    花落小溪流
    佳菜知時秀
    香菌過雨柔
    行吟入仙洞
    消我百年憂


  청평사의 어느 나그네
  봄 산을 마음대로 노니누나
  탑 하나 고요한데 새소리 들리고
  꽃이 떨어져 작은 개울에 흐르네
  맛있는 나물은 때를 알고 돋아나고
  향그러운 버섯은 비를 맞아 보드랍구나
  걸으며 읊으며 선동에 드니
  내 백년 근심이 사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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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신의 한 분이자, 금오신화로 우리 문학사에 금자탑을 쌓은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의 시를 한 수 읽었습니다. 매월당 선생은 조선 초기의 대표적 문인을 꼽으라면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우리 문학사를 통틀어 꼽으라고 하여도 결코 빠질 수 없는 거목이지요.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분이며, 수많은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유불선(儒佛仙)에 걸쳐 다양한 사상을 담은 글과 시를 무수하게 남겼습니다.

시 해설을 나름대로 해보겠습니다.
어느 나그네(아마도 매월당 자신이겠죠)가 청평사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한가롭게 봄 산을 거닐다보니 새 울음 소리가 들리고 절간은 조용합니다. 탑 하나가 고요히 서있을 뿐입니다. 시인의 눈은 자연의 경물로 움직입니다. 꽃잎이 개울에 떨어져 흐르고 봄나물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버섯도 눈에 띕니다. 시인의 감각은 모두 열려있습니다. 아마도 한가로이 노닐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편 시인의 감각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이 크고 발견하기 쉬운 것에서 작고 찾기 어려운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소리를 듣는 청각에서 출발하였고, 비교적 커다란 탑이 먼저 지각되었습니다. 다음에는 개울과 함께 흐르는 꽃잎이 보이고... 초목 사이에 돋아난 봄나물은 좀 더 주의 깊게 보아야 눈에 뜨일 것입니다. 그리고 버섯에 이르러서는 후각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이제 나그네는 상상의 세계, 또는 마음속 세계로 들어갑니다. 여전히 걸으면서, 한편으로는 시가 만들어져 저절로 읊어집니다. 이 경지가 바로 선동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자연 속에서 노닐며 시를 읊조리니 이제 무슨 근심이 있겠습니까... 이백이 노래한 별천지가 바로 여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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