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6일 작성]
웨이트 트레이닝 종목 중에서 이름이 제일 무서운 것은 단연 '데드 리프트'입니다. 저야 아직 초보라서 겨우 5~60kg 정도로 들어올리지만, 데드 리프트는 고중량을 다루어야 제대로 운동이 되는 종목인데 그만큼 힘도 들고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허리 부상의 위험도 비교적 높은 편이니 이름값을 한다고 봐도 되겠죠. 하지만 실제로 이름만큼 공포감을 주는 종목은 아닙니다. 못들겠다 싶으면 역기를 그냥 놓아버리면 되거든요. 쇳덩이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굉음이 울려퍼질테고, 그러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어디 다치지는 않겠죠.
제게 가장 공포감을 주는 종목은 '벤치 프레스' 요놈입니다. 못들어올리면 쇳덩어리가 제 가슴으로 떨어지니까요. 역기에 깔린 채 '사람살려~~'를 외쳐야하는 상황,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벤치 프레스를 할때마다 겁이나서 몸을 사리고 힘을 아끼게 됩니다. 용을 쓰면 한 개 정도 더 들어올릴 수 있을법한 상태에서 포기하고 역기를 지지대에 걸어버리는거죠.
처음 운동 시작했을 당시에는 30kg로 벤치 프레스를 했었죠. 세트당 10회씩 3세트. 조금 근력이 붙은 후엔 세트 수를 4세트로 늘렸고요. 물론 마지막 세트엔 1회를 못채우고 7~8회 정도에서 중단했지요. 그러다가 지난달 말엽에는 4세트도 10회를 할 수 있게되었고, 드디어 2.5kg짜리 원판을 양쪽에 하나씩 추가해서 35k로 운동하게 되었습니다. 달랑 5kg 증량했을 뿐인데 압박감이 상당하더군요. 10회 3세트 겨우 성공하고, 4세트에선 겨우 5~6회 들어올리고 중단했습니다. 야금야금 마지막 세트의 수행 횟수를 늘려서 다시 10회 성공한 후에는 중량을 올리는 대신에 세트수를 하나 늘렸지요. 그리고 일주일 전에 10회 5세트를 무난히 완료했습니다.
오늘, 아니 시간상으로는 어제로군요, 중량을 올려도 될 듯해서 벤치프레스 40kg에 도전했습니다. 첫 세트 10회 그럭저럭 무난히 성공, 두번째 세트 가까스로 10회 성공, 세번째 세트 7회째에서 팔이 떨리기 시작, 8회에서 부들부들 떨림, 9회에서 올리는 속도 저하, 10회에서 용을 써서 겨우 들어올려 무사히 지지대에 역기 걸치는데 성공.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땀닦고 숨돌리고 물도 한잔 마시며 쉬어준 다음에 4세트 도전했습니다. 4회부터 팔이 부들부들 떨리더니만 7회째에 가슴까지 내린 역기를 들어올리려는데 요게 반쯤 올라가더니 요지부동이네요. 드디어 운명의 그날이 왔나보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아찔한 기분이 몰려들더군요. 이를 악물고, 숨을 멈추고, 가슴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힘을 잔뜩 주고, 젖먹던 힘을 다해 밀어올리니. 기적처럼 팔이 펴졌습니다.
벤치 프레스하다가 깔렸다는 이야기를 기대하신 분이 틀림없이 계실 듯한데... 다행스럽게도 겨우 그러한 불상사를 모면했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결말이랍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날이 오고야 말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겁이 난다고 가장 중요한 가슴 운동인 벤치 프레스를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같은 무게로 계속 운동하면 발전이 없을테고 말이죠. 한계점 직전에서 중단하는 것이 상책이긴한데, 그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하는 것이 어려우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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