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작성]
제 키가 175cm인데 몸무게는 평균 55kg에서 왔다갔다합니다. 상당히 날씬한(마른)편이죠. 살아오면서 살 좀 찌라는 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지만, 몸무게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었답니다. 뱃살 등 군살이 없으니 일단 몸이 가볍고 민첩해서 좋고, 청소년기에 수영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어깨 너비나 흉곽의 크기는 평균치 정도는 되니까 이른바 옷걸이가 괜찮거든요. 옷 벗을 일보다는 입고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요게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죠. 단점이라면 양복 바지를 살 때 허리 치수가 맞는 놈을 고르기가 좀 어렵다는 정도랄까요. 아무튼, 남들이 뭐라고 하던 몸무게 55kg 내외만 유지하면 만족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에 아무래도 몸무게가 많이 줄어든 느낌이라 저울에 올라가 봤더니 바늘이 52kg에서 까딱거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옷 입은 상태에서..) 어깨랑 가슴이랑 팔 등등을 만져보니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근육에 탄력이라고는 없더라고요. 청바지 한 벌 꺼내서 입어보니까 손 하나가 쑥 들어갈 정도로 허리가 넉넉해졌고요. 젊을 때 매일 밤새 술퍼먹고 싸돌아다니며 몸 망가뜨리던 시절에도 체중이 53kg 아래로는 내려가본 적이 없었는데, 사십 중반에 이르러 기록 갱신을 하다니... 평생 거의 처음으로 살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심각하게 들었습니다.
살 붙이는 방도, 간단하지요. 많이 먹으면 응당 살이 오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도통 입맛이 없다는 점. 잃어버린 입맛을 찾으려면 운동을 해야만 하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몸뚱아리를 적당히 움직여서 피로하게 만들면 저절로 배가 고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어요. 그러면 어떤 운동을 하느냐? 너무 힘든 종목은 현 상태로는 당연히 못하고, 그저 만만한 놈이 '빠르게 걷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탄절 다음날 오후, 귀찮음을 애써 떨쳐버리고 운동복 찾아 입고서 어머니한테 운동 나갔다 오겠다고 보고를 했습니다.
어머니 말씀하시기를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평소 행태를 보건대 며칠 하다가 핑계대고 그만둘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우리 어머니는 늘 옳은 말씀만 하시는 것이 탈입니다), 돈을 내고 헬스 클럽에 등록하면 본전이 아까워서라도 좀 더 오래 할 수 있지않겠느냐고 하시더군요. 헬스 클럽에 나가는 것이 왠지 썩 내키지는 않았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추운날 밖에서 싸다니는 것보다는 따스한 곳에서 런닝머신 타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습디다. 그리하야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헬스 클럽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약간 긴장된 기분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니 덩치가 산만한 청년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여차저차해서 몸무게를 좀 늘리려고 한다, 운동 안한지 한참이라 힘든 것은 못하니 빠르게 걷기나 좀 하려고 한다 어쩌구저쩌구 이야기를 했더니만 그 청년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듭디다. 마른 사람은 달리기 걷기 등 유산소운동만 하면 안된다네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서 근육량을 늘려줘야 된다면서 체지방이니 근육이론이니 영양섭취니 한참 설명을 해주더군요. 듣고보니 일리가 있어서 그 총각이 권하는대로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야 웨이트 트레이닝, 즉 묵직한 쇳덩어리를 들었다 놨다 당겼다 밀었다하는 일종의 노가다를 돈 주고 하게되었다는 얘기올습니다.
얘기가 길어졌으니 무슨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요.
아무튼 오늘로 사흘째인데, 온몸이 아주 뻑적지근합니다. 삭신이 쑤셔요. 애고..
근데 한시간 반 정도 몸뚱아리를 혹사시키니까 확실히 배는 무척 고픕니다. 저녁 먹으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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