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2008/02/01 16:07
세상 물정 모르던 십대 시절에 어찌어찌 친구가 되어 동고동락을 하던 죽마고우 중 많은 수가 외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민을 갔죠. 부모님이 떠나시니 자기도 따라 나간 녀석도 있고, 외국 국적을 가진 마누라를 얻은 덕분에 어영부영 외국 살림을 시작한 녀석도 있고, 자식들을 위해서 떠나자는 마누라의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비행기를 탄 녀석도 있습니다. 또 그저 허울만 좋을 따름인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사람 취급도 못받는 우리 현실이 못마땅하다며 나라를 버린 녀석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자수성가해서 잘 사는 모습을 보고서 친구 따라서 강남간다는 말을 실천한 녀석도 있고요. 그리하여 이젠 외국에서 생활하는 녀석들의 숫자가 이 땅에 남아있는 녀석들보다 많아져버렸습니다.

하나둘 떠나보낼 때마다 송별회를 빙자해 모여서는 떡이 되도록 술을 퍼마시며 잘먹고 잘살라는 격려도 해주고, 나라를 배신한 놈이라고 욕도 퍼부어 주고, 에이즈 조심하라는 덤담도 들려주곤 했었습니다. 떠나는 놈이나 남는 놈이나 섭섭하고 애틋한 마음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라 술자리의 파장은 늘 울적하기 일쑤였지요. 그리고 파장 무렵에 저는 늘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모두 다 떠나도 나는 남아서 조국을 지킬 것이다!

저 애국자 아닙니다. 내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희생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그저 남에게 피해 안주고, 남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이 한몸 곱게 지키며 살면 대만족인 얄팍한 소시민이지요. 제가 이 나라를 벗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세상에서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 다시 말하자면 겁이 나는 거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금방 잘 어울리는 쪽으로는 영 재주도 없고 취미도 없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요즘은 이 나라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네요. 한마디로 맘에 안드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졌습니다. 어느새, 어울려 살기가 아주 곤란한 유형의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많아진 느낌이 들거든요. '염치'라는 말을 아예 잊어버린 사람들, '예의'는 구시대의 병폐고 사는데 불편한 가식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를 분별할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사람들, 혹세무민하는 지식인 종자들과 그들에게 부화뇌동하는 바보들, 정치꾼, 모리배, 철면피, 허풍선이, 아귀... 예전에도 이런 인간들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죠. 하지만 참고 견딜만은 했었는데, 이젠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진 느낌입니다. 적자생존의 원칙대로 굴러가는 이놈의 세상에선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세상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각박하고 염치없고 뻔뻔스런 사람들이 남들보다 잘살게 마련인 구조인 것은 어디나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다른 나라에서 살면 그나마 화를 낼 일은 적을 듯합니다. 남의 나라 일이니까요. 도덕성은 지도자가 갖추어야만하는 덕목에 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태반이라는 여론조사를 보아도, 신문에서 교묘한 거짓말로 사실을 호도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기 속아넘어가는 꼬라지를 보아도, 자기 나라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자기 나라 말도 어버버버 거리면서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부터 가열차게 가르친다고 하여도, 남의 나라 일이니 내 알 바 아니라고 여기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진지하게 해봅니다.
하지만 분명히 덧없는 망상으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것보다는 그저 눈막고 귀막고 지내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역시 저는 누구 욕할 자격도 없는 주제가 맞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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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요즘 한숨을 많이 쉬고 있습니다.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확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다가도, 내 나라 내 민족 내 친척들에게 그렇게 까지 모질게 해야하나 싶고, 그럴 능력도 안되고. 그저 돌아누워 짜증나는 세상 욕만하고 있기엔 참,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저도 이 나라를 떠나려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뵙고 이런저런 말씀 드리죠.

    아, 누군가 제게 이런 덕담을 해주더군요.
    Peace be with you.
    이 말을 벽헌님께 드립니다.

    2008/02/02 00:53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참 답답한 시절이지요...
      아직 계획 단계라고 하셨지만, 아무튼 힘든 결정을 하셨네요.

      2008/02/02 18:41 [ ADDR : EDIT / DEL ]
  2. 각시대마다 이러한 이상한 관계들이 성립한 때가 있었을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떤시대는 관료가 나라를 팔아먹는 시대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잘도 견뎌내왔어요
    그 이유가 바로

    정권을 잡은 세력도 아니고... 정권을 휘두른 세력도 아닌... 바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바로 나아가지 않으면 저런 이상한 세력가도 생기고 그러는것 같아요...
    그래도...

    휴...

    2008/02/04 11:05 [ ADDR : EDIT/ DEL : REPLY ]
  3. 젯털

    이게 말이죠... 세월이 지날수록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근데 뭐 사실 용기가 없으니 넋두리. 그런 것 아니겠어요.
    나이가 어리다면 어린 저 마저도 떠나고 싶으니 이건... 참;;

    2008/02/10 09:27 [ ADDR : EDIT/ DEL : REPLY ]
  4. 10년은 도태였다
    미친

    그를은 정게 이나라에 나타나지말았어야했다
    환영받지못할개를 입깁이어찌나세게 나오든지

    무드기로그냥..

    2008/02/22 19:12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시대에도 그런미친 개 가나타났나봐
    국민으어찌나 피곤케하든지

    개 는자고로 보신탕으로 끌려가야되는것이거럴
    무슨 인간에대들기는 참으로 긴 나날이였다

    2008/02/22 19:1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