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2008/01/18 06:27

지난 일요일 저녁에 어머니의 컴퓨터가 맛이 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럭저럭 부팅은 되는데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완전히 굼벵이 기어가는 모양이더군요. 인터넷 연결 속도도 현저하게 떨어져서, 이미지와 플래쉬 광고 따위가 없는 구글 사이트도 뜨는데 5분이 넘게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레지스트리 정리 및 쓸데없는 파일들을 삭제하는 방법부터 취해봤지만 효과 없음,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윈도우 XP를 새로 깔아보기로 했습니다. 보통 삼사십분 정도 걸리는 작업인데 두시간이 넘게 걸리네요. 그러나 증세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일단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혹시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기에 하드를 떼어내어 제 컴퓨터에 달아봤습니다. 아무 이상이 없더군요. 쌩쌩 잘도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원인은 CPU나 메인보드에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하긴 꽤 오래된 구형 컴퓨터니까 이제 수명이 다할 때도 되었지 싶더군요. 멀쩡한 하드디스크를 제외한 컴퓨터 부품 대부분을 대폭 업그레이드 해야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돈이 아깝다고 하시네요. 그냥 늦으면 늦는대로 쓸 수도 있다면서.. 요즘 신세대들은 멀쩡한 가전제품도 신제품이 나오면 쉽사리 갈아치우곤 하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는 완전히 고장이 나기 전에는 다리미 하나 버리는 법이 없지요.

결국 제 돈으로 부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대신 새 기계는 제가 쓰고, 정들었던 제 컴퓨터를 어머니께 드리기로 했지요. 펜티엄4 2.0GHz CPU와 1GB 메모리를 장착한 이놈은 요즘 신형 컴퓨터에 비하면 썩 좋은 기계는 아니지만 길을 잘 들여놓아서 일주일내내 켜놓고 별별 잡다한 짓을 다해도 에러 한 번 내지 않는 기특한 녀석입니다. 구태여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새 기계를 갖고 싶은 욕심이 더 크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결정하고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습니다. 세상 참 좋아졌지요. 예전엔 직접 용산 상가에 나가서 발품을 팔고 가격을 흥정하느라 진을 빼야 했는데, 방에 앉아서 편안히 구경하면서 가격 비교도 해보고 제품 리뷰도 읽어보면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하드디스크와 DVD 드라이브는 그냥 쓰기로 했으니, 필요한 부품은 뭐뭐 일까요. CPU, 메인보드, 램 메모리, 그래픽 카드, 케이스, 파워 서플라이, 요렇게 6 종류만 고르면 됩니다. 예전에 하드디스크며 DVD 따위를 사들이면서 인상이 좋았던 컴퓨터 전문 쇼핑몰에서 구입하기로 일단 마음을 먹었죠. 맨 처음 케이스를 골랐습니다. 대만제 InWin 제품으로 유렉스라는 국내 업체가 유통하는 제품인데, 이 회사 물건은 일단 조립하기가 무척 쉽습니다. 뚜껑 열기도 편하고, 나사 없이 조립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있지요. 파워 서플라이도 별 고민없이 450와트 짜리로 골랐고,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사의 제품 중 비교적 저렴한 것을 선택했습니다. 기가바이트 제품만 이번이 세번째인데 경험상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CPU는 좀 고민을 했습니다. 큰맘 먹고 고가품을 한번 지를까 하는 고민이었죠.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인텔 듀얼코어 E2140 CPU로 낙점, 펜티엄4 보다 한단계 위의 물건 중에서는 저렴한 축에 속하는 놈이죠(쿨러 달린 놈이 대략 7만원 정도 합니다). 대신 메모리에는 좀 욕심을 부려보기로 하고 삼성 램 1GB 짜리 두 개를 사기로 했고요. 경험상 컴퓨터 속도는 CPU의 성능보다는 메모리의 용량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거든요. 그래픽 카드는 이번에도 ATI 칩을 넣은 제품을 쓰기로 했습니다. 3D 게임 쪽에서는 경쟁사인 지포스 제품보다 좀 못하지만 색감이 화사하고 동영상 감상용으론 최적이라는 평이 있지요. 요건 그냥 보급형 저가 제품을 택했습니다. 견적이 33만원 가량 나왔습니다.

이렇게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막 결제를 하려던 참인데 뭔가 놓친 부분이 있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예전엔 아무 부품이나 대충 사서 끼우면 다 맞아들어갔는데, 요즘엔 무지하게 복잡해져서 물건에 따라서는 아예 장착이 안되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 일이 생기면 아주 낭패죠. 요모조모 꼼꼼하게 살펴봤습니다. 서로 조합이 안되는 부품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더군요. 놓쳤다면 큰 일이 날 문제가 메인보드에 있었습니다.

요즘 유통되는 내장용 하드 디스크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E-IDE와 SATA, 요렇게 두가지인데 앞의 놈이 구형이고 뒷놈이 신형입니다. 두 종류는 메인 보드와 연결해주는 케이블이 다르고, 전원을 꼽는 부분도 다르게 생겼습니다. 제가 갖고있는 하드 디스크는 E-IDE형인데 두 개입니다. 게다가 DVD 드라이브도 E-IDE형이니 도합 세 개의 E-IDE 드라이브를 연결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신품 메인보드는 대부분 E-IDE형 하드를 연결하는 커넥터가 하나뿐이라는 것입니다. 구형 메인보드는 2개가 있었죠. 커넥터 하나에 드라이브 두 개를 물려놓을 수 있으니 하드 둘과 DVD를 연결하고도 하나가 남는 셈이었는데, 신형 메인보드엔 두 개밖에 못다는 것입니다.

DVD나 CD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면 절대로 안되고, 그렇다고 하드 디스크 하나를 포기하자니 그것도 매우 아쉽고, 게다가 한 커넥터에  하드 디스크와 CD 드라이브를 같이 연결하면 속도 면에서 매우 좋지않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래저래 문제였습니다. E-IDE형 커넥터가 두개 달리고, 신형 CPU를 장착할 수 있는 보드를 찾아보니 몇 개 있기는 했지만 마음에 드는 놈이 없더군요. 결국 CD와 DVD 모두를 읽고 쓸 수 있는 SATA 형 DVD 드라이브를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멀쩡한 놈을 두고 새것을 사는 것이 좀 가슴 아팠지만 별 도리가 없었죠. 게다가 2만원 정도밖에 안하더군요. 이리하여 하드 두개를 모두 연결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드디어 결제를 했습니다. 도합 35만원 가량...
(아무튼 구형 하드 디스크를 그대로 쓰면서 메인보드 업그레이드를 하실 분들은 요거 꼭 잊지마세요. SATA형 DVD 드라이브를 새로 장만하는 것이 거의 필수 사항입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운동 다녀와서 후편을 쓸게요. 아주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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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새해 시작하고 나서 컴퓨터가 아예 맛이 가버려서 새 컴퓨터 한 대를 조립해서 샀는데요, 굉장히 좋네요^^;
    CPU는 벽헌님과 같은건데요, 조만간 오버클럭하는 법을 배워서 한 번 해보려구요.
    전 하드는 아예 SATA2시스템으로 확 바꿨어요; 예전 컴퓨터의 E-IDE방식의 하드는 외장하드에 끼워서 데이터만 백업해두고 제 동생 컴퓨터에 달아주려구요^^;

    2008/01/18 10:25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SATA2 방식의 하드를 하나 갖고 싶어지네요. 모니터도 큼직한 놈을 가져봤으면 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이거 큰일입니다;;

      2008/01/18 15:06 [ ADDR : EDIT / DEL ]
  2. 이후

    거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최선을 다해 읽었습니다. ㅎ 컴퓨터는 언제나 쇼핑몰에서 나오는 특가 완제품만 사야 하는 운명입니다. .. 운동은 여전히 하고 계시네요 .. 파란만장한 후편,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벽헌 님이 당하는 이야기가 되겠죠?ㅎㅎ)

    2008/01/18 13:55 [ ADDR : EDIT/ DEL : REPLY ]
    • 헤헤.. 짐작하신 것이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이번에 고생을 좀 하고나니까 완제품을 사는 것이 조금 돈이 더 들더라도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2008/01/18 15:08 [ ADDR : EDIT / DEL ]
  3.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들립니다.^^
    그간 편안하셨는지요?

    제법 큰 공사(?)를 하셨네요.
    요즘 컴터들은 예전 같은 내구성을 보장하지는 못하더군요.
    워낙 싸서 그렇겠지...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아쉬운거더군요.
    어찌 생각해 보면 컴터도 내구재가 아니라 소비재일지도...

    2008/01/18 15:20 [ ADDR : EDIT/ DEL : REPLY ]
    • 와~!!! 이스크라님!! 진짜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컴퓨터가 거의 필수품이 되면서 가격이 많이 싸진 것은 사실인데, 말씀하신대로 내구성은 예전만 못한 듯해요. 486시절엔 가끔 램만 추가해가면서 몇년씩 너끈하게 굴렸던 듯한데 말이죠. 게다가 요즘엔 소프트웨어가 먼저 발전하면 하드웨어를 맞춰줘야하는 실정이니 뭔가 좀 바뀐 듯한 느낌도 들어요. 특히 고사양을 요구하는 요즘 게임들은 애꿎은 부모님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주범인 듯하네요.

      2008/01/18 15:44 [ ADDR : EDIT /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