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지난 영화들2008/01/06 04:00

[2006년 2월 4일 작성]

아일랜드 출신의 감독인 닐 조단은 '크라잉 게임'이라는 멋진 영화를 만든 양반으로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IRA의 단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휴머니즘 가득한 이야기를 펼친 1992년 작품이지요. 오늘 소개드리려는 영화는 그보다 앞선 1986년에 태어난 '모나리자'라는 작품입니다. 그다지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라서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대만족이었던 작품입니다.


무대는 영국입니다. 죠지(봅 홉킨스)라는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몸집을 가진 중년 사내가 7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꽃다발과 선물을 사들고 꿈에 부풀어 문을 두드리지만 마누라는 그를  어느새 고교생이 된 딸아이와 이야기도 못하게하고 문전박대합니다.
죠지는  집에서 쫓겨나 친구에게 빌붙어 살게 되는데, 목구멍에 풀칠은 해야하므로 예전에 모시던 보스에게 찾아갑니다. 왕초는 고급 콜걸의 운전기사겸 보디가드를 하라고 하네요.


죠지는 흑인 콜걸의 운전기사 노릇하기가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시몬(캐시 타이슨)도 입만 열면 상소리가 튀어나오고, 단순무식하며 성질만 더러운데다가 생김새도 볼품없고, 뒷골목의 양아치스런 분위기가 철철 넘치는 죠지가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서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그럭저럭 함께 다니게 됩니다.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지요. 죠지와 시몬도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기 시작합니다. 시몬은 죠지의 험상궂은 껍질 안에 순수한 마음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죠지는 시몬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남모르는 아픔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시몬은 틈만 나면 창녀들이 영업하는 거리로 차를 몰게합니다. 예전에 동생처럼 가까이 지내던 캐시를 찾으려는 것입니다. 캐시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죠지도 사창가와 유흥가를 열심히 뒤져댑니다.


그러던 어느날 죠지는 왕초인 모트웰(마이클 케인)에게 시몬이 무얼하고 다니는지 정보를 자세히 캐내라는 명령을 받게됩니다. 시몬이 조직을 속이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죠지는 어느새 사랑하게된 시몬을 위해 왕초의 명령을 무시해버립니다. 그리고 우연히 캐시도 모트웰의 손아귀에서 창녀 노릇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일은 점점 꼬이기 시작합니다.
다 말해버리면 재미없으니 스토리는 여기서 멈춰야겠죠?


화끈한 액션 장면 없습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장면도 없습니다. 창녀와 건달이 주인공이고 뒷골목이 무대지만 선정적인 장면이나 잔인한 장면도 거의 안나옵니다. 달콤한 로맨스, 손에 땀나게 만드는 긴장감, 짜릿한 반전, 이런거 역시 없습니다. 그러면 뭐가 있냐고요? 리얼리티가 있습니다.
볼거리를 기대하면 실망할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만족스러울 영화입니다. 밑바닥 인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슴 저릿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를 원하신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주인공 봅 호킨스는 이 영화로 칸느를 비롯하여 영국 아카데미 등등 여러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명배우 마이클 케인의 연기도 볼만합니다.
제목인 '모나리자'는 '순수한 사랑의 대상인 여인'을 의미하는 모양입니다. 시몬은 세속에 찌든 창녀지만 죠지에게는 모나리자로 보이는 것이겠죠.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동영상은 못만들었고, 대신 주제가를 들려드릴게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흑인 가수 냇킹콜이 부르는 '모나리자'입니다. 부드럽기로 말하자면 냇킹콜 이상가는 목소리가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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