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27일 작성]
닉네임, 온라인 세상에서는 그저 별명 정도의 역할이 아니라 본명 대신입니다. 또 하나의 이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잘 짓는 것이 좋겠죠.
어떤 닉네임이 좋은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각자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 다르겠지요. 그런데 좋지 않은 닉네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약간 있군요.
우선 지나치게 상스런 말은 곤란하겠죠. '개새끼'니 '미친년' 정도면 불러주기가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정도로 막가는 경우는 흔히 보지는 못했습니다. 로그인 절차 없이 쓸 수 있는 곳에나 가야 이따금 발견됩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 즉 자신을 지나치다싶게 높이는 닉네임은 앞의 경우보다 꽤 많이 보이더군요. 무슨 공주니 무슨 왕자, 천재, 여왕 같은 것들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교수니 박사니 회장이니 의원이니 장관 등등의 직함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은 것들은 본인이 정말 그런 지위나 직책에 있다면야 그리 불러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아니라고 해도 불러주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피차 아닌 줄 알면서 부르고 답하는 것이 가끔 재미있을 수도 있지요.
제가 좀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가 스스로 그렇게 칭할 수 없는 성격인 칭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단계를 넘어 공신력있는 전문인들까지 대부분 인정해준 후에야 붙는 호칭들을 뜻합니다. 이를테면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 붙여주는 호칭입니다. 신필(神筆), 문호(文豪), 악성(樂聖), 거장(巨匠), 석학(碩學) 등등이지요.
예의는 자신을 낮추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서 예를 든 닉네임을 보면 아무래도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고, 무지하거나 광오하다는 생각도 따라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원한다면야 그렇게 불러주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 셋은 정말 불러드리기 어려운 닉네임이었습니다. '스승', '어르신', '은인'
왜 부르기 어려운지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테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스승이란 보통 선생님 중에서도 특히 참다운 선생님에게 불러 드리는 호칭이지요. 존경할만한 분이 아니면 차마 스승이라는 말이 안나옵니다. 어르신은 자기 아버지 또래의 어른에게 쓰이는 높임말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사용 예를 보면 존경심이 없는 경우엔 잘 안쓰고, 어르신 대신 선생님 정도로 대충 부르고 마는 듯합니다. 은인은 내게 은혜를 베풀어 준 그야말로 고맙기 그지없는 사람이고요. 이러니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불러주기는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제가 너무 까탈스러운 것일까요?
안부르면 될 것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물론 할 말이 없습니다.
닉네임을 정하는 것은 자기 맘대로입니다. 하느님이라고 하든, 예수라고 하든, 부처라고 하든, 공자라고 하든 자기가 그렇게 짓고 싶다면 뭐 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듣는 사람, 부르는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주는 것이 함께 어울려사는 도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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