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8일 작성]
지난 포스트에서 'Sam Charters'라는 민속음악 학자가 은거하고 있는 라이트닝 홉킨스(Lightnin' Hopkins)를 찾아가 다시 강호로 나서게 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가 수소문을 하여 찾아갔을 때 홉킨스는 초라한 원룸 아파트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 있었답니다. 기타도 전당포에 저당잡힌 상황이었다니, 쉰살을 바라보는 홉킨스는 이미 재기의 희망조차 갖지 못한채 은둔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때 잘나갔었다면서 그토록 쇠락하다니 이상하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당시는 저작권 개념도 없었고 그저 푼돈 몇푼 받고서 녹음하던 시절이지요. 요즘처럼 노래 한두곡 히트하면 먹고살만해지는 시절이 아니었죠. 게다가 흑인 음악가들은 더더욱 대우도 못받고, 그저 레코드 회사의 봉에 불과했으니 음악할 자리를 잃어버리고 잊혀진 중년 블루스맨의 처지는 불우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Charters는 우선 전당포에서 기타를 찾고, 진을 한병 사가지고 다시 홉킨스의 방으로 갔답니다. 술을 권하면서 설득을 했고, 마침내 10곡을 녹음하기로 결정. 홉킨스는 그자리에서 달랑 마이크 한 대만 앞에 놓고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녹음된 노래 10곡이 수록된 앨범이 바로 "Lightnin' Hopkins [Smithsonian/Folkways] (1959)"입니다.
형편없는 장비로 열악한 환경에서 녹음한 앨범이지만 라이트닝 홉킨스를 재기시켜서 훗날 최고의 블루스맨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해준 기특한 물건이며, 또한 1960년대 포크 블루스의 중흥을 일으킨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글자 그대로 심금을 울립니다. 오랫동안 그를 휩싸고 있던 고독과 절망이 블루스 가락에 서리서리 녹아들어 있습니다. 목소리도 덜 가다듬어져서 거칠고, 그저 친구에게 들려주는 기분으로 편하게 부른(가끔 잠긴 목을 푸느라고 노래 도중에 기침도 합니다) 노래지만, 첨단 음향장비로 조물락거려서 매끈하게만 뽑은 노래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See That My Grave is Kept Clean
본래 앨범의 이름은 그냥 'Lightnin' Hopkins'입니다만, 같은 이름의 앨범이 수두룩하기에 구별하느라고 앨범을 낸 레이블인 'Smithsonian/Folkways'를 붙여서 얘기하곤 하지요. 앨범 가게에서 아래 첨부한 사진과 같은 생김새를 가진 물건을 보면 일단 사놓으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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