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Blues2008/01/04 16:54

[2006년 3월 21일 작성]


제게 처음으로 블루스라는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 비비 킹 할배라면, 블루스의 마력에 푸욱 빠져버리게 만든 양반은 바로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 할아범입니다. 가끔 가던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불법으로 녹음해서 몰래 팔던 카세트를 하나 샀는데 거기 이 할아범의 노래가 몇 곡 들어있었어요. 걸죽하고 투박한 목소리로 흥얼흥얼 불러주는 그 노래들은 첫 경험부터 가슴을 후벼파더군요. 이런 것이 진짜 블루스로구나 하고 깨달음(?)도 얻었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듣고, 앨범을 구할 수가 없어서 안달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후커 할아범은 1917년에 미시시피 델타 지역에서 태어났답니다. 블루스의 고향 출신이죠. 의붓 아버지에게 기타를 배웠고, 14살에 집을 나와서 멤피스에 정착하여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디트로이트로 옮겼는데 아직 음악만으로는 밥먹고 살기 어려웠는지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밤에는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를 하는 생활을 했다네요. 대충 생각해봐도 초년 고생이 자심했다는 짐작이 가지요. 그런 경험이 그의 음악을 더욱 블루스답게 만들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1940~1950년대에 드디어 이 양반이 나름대로 인정도 받고 명성도 얻게 됩니다. 하지만 록큰롤 열풍이 밀어닥쳐 블루스의 인기가 차차 떨어지자 머디 워터스를 비롯한 블루스맨들이 영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후커 할아범도 이 대열에 합류했었던 모양입니다. 마틴 스콜세지가 총지휘하여 만든 7편의 블루스 다큐멘터리 영화 중 'Mike Figgis'가 감독한 'Red, White and Blues'를 보면 영국 음악에 영향을 준 이들 블루스맨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는데, 후커 할배에 대한 이야기 중 재미있는 것이 있더군요. 이 양반이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합주를 하는 뮤지션들이 애를 꽤나 먹었답니다. 막 배운 음악이라 법칙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자기의 흥에 따라서 멋대로 연주하고 노래했다는 얘긴가봐요. 하지만 그걸 흉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블루스라고 칭송들을 하더군요. 이른바 'FEEL'이 살아있는 노래라는 거죠.


영국의 쟁쟁한 음악인들이 흑인들의 블루스에 영향을 받아서 멋진 음악들을 마구 만들어내자 미국에서도 블루스는 다시 재조명을 받게 됩니다. 이제 흑인들만의 음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 된 것이랄까요. 후커 할배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어느새 블루스의 거장 반열에 오릅니다.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도 오르고, 후배들을 모아서 함께 연주하여 멋진 음반도 만들고, TV 광고도 찍고, 영화(Blues Brothers) 출연도 하는 등 활기찬 황혼녘을 보내다가 2001년에 생을 마감합니다.


이 양반의 음악은 '세련'이나 '고상함'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뚝배기에 끓인 막된장같은 맛이라고 할까요. 소박하고 진솔하고 투박합니다. 애절한 노래는 한없이 애절하고, 흥겨운 노래는 한없이 낙천적으로 들립니다. 단조롭고 심심해서 재미없다는 사람들도 있기야 하지만, 참맛을 한번 느껴보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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