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9일 작성]
- 重別愼評事 -
신평사와 다시 헤어지며
惜別不知暮 헤어짐이 아쉬워 날 저무는 것도 모르다가
(석별부지모)
出門歸路迷 문을 나서니 돌아갈 길이 아득하구나
(출문귀로미)
都亭一夜宿 역관에서 하룻밤 자노라니
(도정일야숙)
風雨又凄凄 비바람에 더욱 쓸쓸하구나
(풍우우처처)
조선 중기의 시인 고죽(孤竹) 최경창의 작품입니다. 제목에 나오는 신평사(愼評事)는 신언경(愼彦慶)이라는 분이라고 합니다. 평사(評事)는 벼슬이름으로 정6품 무관인 병마도사(兵馬都事)를 이르는 것인데, 평안도와 함경도에 하나씩 있었다고 합니다. '다시 헤어진다[重別]'고 한 것을 보면 신평사가 임지로 부임할 때 한차례 헤어지고, 훗날 재회했다가 다시 헤어지면서 지은 작품으로 추측됩니다.
예전엔 먼길을 떠나는 벗을 배웅할 때 함께 길을 얼마간 걷다가 도중에서 이별주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일이 보통이었나봅니다. 이별이 아쉬워서 지체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버렸고, 어두운 밤길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서 역관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가뜩이나 쓸쓸한데 비바람까지 불어대니 심사가 더욱 처량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우(又)자를 썼는데, 요게 제목의 중(重)자하고도 맛물려서 아주 절묘하죠. 친한 벗과 헤어지는 아쉬운 심정이 간결하면서도 멋들어지게 표현된 작품.
작자와 신평사 중 어느쪽이 떠나는 사람이고 누가 남는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최경창이 남는 쪽이라는 생각이 좀 더 강하긴 한데, 여러분들 느낌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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