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2일 작성]
- 山 房 -
산속의 집
春去花猶在 봄은 가도 꽃은 남아있고
(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 하늘은 맑은데 골짜기엔 그늘이 지네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두견새가 대낮에 우니
(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 비로소 사는 곳이 깊은 줄 알겠구나
(시각복거심)
고려 시대의 문인인 이인로의 자는 미수(眉叟), 호는 쌍명재(雙明齋)입니다. 파한집(破閑集)이라는 책이 유명하지요.
소개드린 작품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오늘처럼 좀 답답한 날에 읽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시에 대한 해설은 다른 곳에 올렸던 것을 가져다가 붙입니다. 다시 쓰려고 해도 이전 것 보다 잘 나올 것 같지가 않네요.
시인은 산 속에 살고 있습니다. 봄이 갈 무렵이니 지금 이맘때가 아닌가 합니다(이 글 쓴 것은 5월 말이었습니다). 꽃이 남아있음은 다른 곳에 비해서 봄이 더디간다는 이야기겠지요. 다시 말하자면 서늘하다는 것입니다. 하늘은 맑지만 골짜기에 그늘이 진다는 것도 그가 있는 곳이 깊은 산중임을 드러내는 구절입니다. 게다가 밤에 우는 두견새 소리가 대낮에 들립니다. 그늘이 져서 두견새도 낮인지 밤인지 헷갈리는 것이지요. 드디어 시인은 자기가 사는 곳이 첩첩산중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인의 감각을 따라가보겠습니다. 날자로 보면 봄이 갔는데 여전히 꽃이 피어있음을 봅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맑기만 한데 주위는 산그림자로 그늘이 져서 어둑어둑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두견새 울음이 들립니다. 문득 여기가 깊은 산 속임을 느낍니다. 시인이 자기 집이 깊은 산속임을 몰랐던 것은 물론 아닐것입니다. 경물을 보고 들으면서 새삼 느끼고 그것을 절묘하게 오언절구로 엮어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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