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21일 작성]
- 征 婦 怨 -
군인 아내의 노래
交河霜落雁南飛 교하에 서리 내리고 기러기는 남으로 나는데
(교하상락안남비)
九月禁城未解圍 구월에도 서울은 포위가 풀리지 않았구나
(구월금성미해위)
征婦不知郞已沒 아내는 남편이 죽은 것을 모르고
(정부부지랑이몰)
夜深猶自搗寒衣 밤 깊도록 혼자서 겨울옷 다듬이질
(야심유자도한의)
권필의 자는 여장(汝章), 호는 석주(石洲)입니다. 광해군의 비(妃)인 유씨(柳氏)의 아우 유희분(柳希奮) 등 외척들의 방종을 풍자한 '궁류시(宮柳詩)'라는 시를 지었는데, 이 시가 광해군의 심기를 거슬려서 귀양살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길을 떠나 동대문 밖에 이르렀을 때 전송하던 사람들이 이별주를 대접했는데, 그것을 잔뜩 마시고는 이튿날 죽었다고 합니다. 유명한 필화사건이지요.
소개한 작품은 임진왜란 때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교하'는 지금의 파주 근방이고요.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둔 아낙을 소재로 한 작품은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많습니다. 이 시도 그 중 하난데, 제가 읽어본 것 중 이만큼 가슴아픈 작품도 드문 듯합니다.
아낙은 교하에 살고 있지요. 기러기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왜놈들이 포위하고 있는 서울에서 싸우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남편은 이미 전사하였습니다. 아내는 그것도 모르고 밤 깊도록 남편의 겨울옷을 만들고 있네요.
남아있는 아낙의 모습을 그린 이 짧은 시 한편으로 전쟁의 비참함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힌 김선일씨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그리고 미국이 벌인 엉뚱한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파병하는 바보짓을 어서 그만두기를 바라면서, 저 아낙의 슬픔을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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