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2008/01/04 01:49

[2004년 7월 16일 작성]


작년 7월 17일이 제가 아버지를 여읜 날입니다.

7월 8일에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으셨고, 부랴부랴 응급실로 모셨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셨지요. 담당 의사가 소생의 가능성은 1%도 없고 이미 모든 감각을 느끼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통보해주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슬프거나 마음이 아픈 것도 아닌, 그저 아득하고 막막하기만 하였습니다.


중환자실에 모셔놓고 밤 늦게서야 잠시 집에 들렀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서러움이 몰아쳐 오더군요. 벽을 짚고 서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철든 후 그렇게 소리를 내어 울어본 것은 아마 처음이지 싶네요. 물을 세게 틀어 놓고서 맘 놓고 실컷 울었지요.

열흘간 더 살아계시기는 했지만 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은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그 후로 병원에 계시던 날들은 그저 마음을 정리하는 유예 기간이었다고 할까요..


17일 저녁 8시 반 경에 숨을 거두셨는데 다행스럽게도 임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마음으로 받아들였던 일이고, 상주가 되어 초상치를 준비를 해야했으니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날 밤 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다음날도 거의 하루 종일 비가 왔었습니다. 발인을 하던 날에도 아침 무렵엔 비가 오락가락 했었지요. 그러더니 일주기가 되는 오늘도 비가 많이 내리네요.


오늘 밤에 제사를 모십니다. 보통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는데 저희는 설하고 추석을 빼면 뭐든 양력으로 따지거든요. 식구들 생일도 물론이고요. 선친께서 생전에 그렇게 하셨으니, 만약 음력으로 제사를 모시면 날자를 맞춰 찾아오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곳에서 어머니 음식 솜씨 자랑을 많이 하셨을텐데, 친구분들 모시고 오늘 밤에 오셨는데 드실 음식이 없으면 낭패가 아니겠어요.. 법도고 뭐고간에 오늘밤 제사를 지내야 저와 어머니 마음이 편할 듯합니다.


좀 어두운 얘기였네요. 그리고 어쩌면 내일도 어두운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삼년상을 마쳐야 탈상을 했었지만 저는 오늘 제사를 마치고 탈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을 벗고나면 분명히 뭔가 할 이야기들이 생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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