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 한문2008/01/04 15:01

[2004년 6월 7일 작성]


               -   吟  詩   -
                     시를 읊는 것

終朝高詠又微吟     아침내내 높이 노래하다가 또 조용히 읖조리니
(종조고영우미음)
若似披沙欲練金     모래를 파헤쳐 금을 찾으려는 것과 같구나
(약사피사욕련금)
莫怪作詩成太瘦     시 짓다가 몹시 수척해짐을 괴상타 마오
(막괴작시성태수)
只緣佳句每難尋     오로지 멋진 싯구는 매번 어렵게 찾아진 것이니
(지연가구매난심)



이 포스트는 지중해(chosinege)님께 드리려고 만든 것입니다.

벌써 달포도 더 전에 지중해님께 글을 하나 써서 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며칠간 이왕이면 좀 그럴듯한 글을 쓰겠다는 마음만 먹고 미적거리고 있다가 결국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자기 전에 한시나 몇 편 읽어보려고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위에 번역하여 소개드린 고려 말의 충신 포은(隱) 정몽주 선생의 작품을 발견한 순간 잊었던 약속 생각이 났습니다. 지중해님 성이 정씨라서 생각난 것은 아닙니다. 혹시 정말로 포은 선생의 후손이 되시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지중해님을 떠올린 이유는 그게 아니고 작품 내용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시 짓기의 어려움을 노래한 것입니다. 작자는 시 한 편 지으려고 아침에 눈을 뜨고부터 큰 소리로 읊다가 또 작은 소리로 읊어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노력은 마치 모래를 파헤쳐서 사금을 찾는 것처럼 품이 드는 일입니다. 알맞은 글자를 생각하고 운을 맞추고 다시 읊어보고 가다듬고 고치면서,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고 제 때 먹지도 않으며 골몰하니 저절로 수척해지는 것이겠지요. 작자는 그것을 괴상하다느니 이해가 안된다느니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시는 본래가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어디 시만 그렇겠습니까.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등 모든 예술의 창작은 험하고 고달픈 길을 지나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침식을 잊고 매달리며, 뼈를 깎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혼을 불어넣는 일이 바로 예술 창작일 것입니다.


지중해님께서 요즘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오늘도 밤을 낮삼아 작품을 구상하셨을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조금 수척해지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작품 만드시고, 언젠가는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도시 칸느의 붉은 카페트를 밟겠다는 소망 꼭 성취하시기를 기대하면서 끝맺습니다.


(약속 이행도 너무 늦었고 글도 변변치 못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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