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4일 작성]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다'라는 속담이 있는가하면 '하고 싶은 말은 내일 하랬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도무지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추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할 말은 그때그때 하고 사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아리송합니다. 할말을 못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바보스럽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가끔 있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다가는 구설수에 말리거나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될수도 있지요. 결국 반드시 필요한 말을 가려서 적절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텐데 알면서도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떤 말이 반드시 필요한 말이고, 어떤 말은 안하느니만 못한 말인지 판단하기부터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지요.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럽고 그래서 조심스러운 것인지는 우리 조상님들도 뼈저리게 느끼고들 계셨던 모양인지 '말 조심'이나 '말의 위험함'을 경계하는 속담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혀 밑에 도끼 들었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등은 말을 함부로 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이야기겠고,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은 일단 입에서 나온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또 '들은 말 들은 데 버리고, 본 말 본 데 버려라'라는 속담도 있는데 이것은 말을 함부로 옮기지 말라는 교훈일 것입니다. 한편 '혀가 깊어도 마음 속까지는 닿지 않는다'라는 재미있는 속담도 있는데, 아마도 자기 마음을 말로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를 가진 듯합니다.
아무튼 말이라는 놈이 결코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것이기는 한데, 잘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하기도 힘들고 가려서 하기도 쉽지않은데다가, 이쪽에서 아무리 진심을 담아서 열심히 떠들어도 상대가 듣지 않거나 잘못 이해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니 참으로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자기 딴에는 농담으로 한 말이 상대에겐 깊은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고, 실수로 내뱉은 말이 화근이 되어 난감한 처지에 떨어지는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입 열기가 겁난다는 기분이 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글이 말의 역할을 합니다. 표정도 안보이고, 목소리가 높은지 낮은지도 알 수 없고, 기색을 살펴볼 수도 없지요. 이모티콘이나 기호 등을 사용하여 부족한 면을 메꾸어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느낌을 전해주는가는 순전히 상대방의 몫입니다. 그러니 자기 의사를 온전히 전달하기가 더 어렵지요. 한가지 조금 나은 점은 실생활에 비해 생각을 해볼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는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채팅이 아닌 다음에야 천천히 생각을 다듬고 낱말을 잘 고를 정도의 여유는 늘 있습니다. 혹자는 신중함이 지나쳐서 상황 끝난 후에 뒷북을 친다거나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것을 피하려다가 때를 놓쳐서 할 말을 못하는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실생활에 비해서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실수가 적어져야 정상이겠지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거든요. 얼굴 안보인다고 더 함부로 말하게 되는 경향도 있는 듯하고요.
제가 한 사나흘 블로깅 안하고(못하고?) 쉬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나흘간 말을 안하고 지낸 셈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확실히 조금 답답하기는 하더군요. 그런데 문득 그동안 참 말을 많이도 하면서 지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많았으니 응당 실수한 것도 있을테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도 했을테고, 해서는 안될 말이나 안하는 것이 좋은 말도 더러 했을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것들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것입니다. 겁이 조금 나더군요.
아무튼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라도 말실수를 하거나 하지 않을 말을 내뱉는 것을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자면 우선 말을 적게 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더군요. 쓰잘데없는 말, 필요도 없는 말을 안하면 말실수도 저절로 줄어들겠지요.
앞으로는 말수를 좀 줄이겠다는 것, 이게 결론입니다. 그러니 제가 앞으로 덧글 안달고, 답글 꼬박꼬박 안달아도 '이 인간이 말조심하느라 애쓰는구나'라고 이해하시기를 바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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