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5일 작성]
- 別蘇暘谷 -
소양곡과 이별하며
月下庭梧盡 달 아래 뜰에는 오동잎 다 떨어지고
(월하정오진)
霜中野菊黃 서리 속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군요
(상중야국황)
樓高天一尺 누각은 하늘로 한 자나 높고
(누고천일척)
人醉酒千觴 사람은 천 잔 술에 취했답니다
(인취주천상)
流水和琴冷 흐르는 물소리는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 차갑고
(유수화금냉)
梅花入笛香 매화는 피리소리에 섞여서 향기롭네요
(매화입적향)
明朝相別後 내일 아침 우리가 헤어진 다음에도
(명조상별후)
情與碧波長 우리 애정은 푸르른 강물처럼 길고 길겠죠
(정여벽파장)
황진이에 대한 설명이야 필요가 없을테지요.
소양곡은 중종 때의 문신인 소세양(蘇世讓)을 이르는 것입니다. 양곡(暘谷)은 소세양의 호입니다.
송도의 명기 황진이와 풍류남아 소세양의 사랑이야기도 유명한 것이니 들어본 분이 많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30일간이라는 기한을 정해놓고 함께 지내기로 하였답니다. 소개한 시는 바로 그 기한이 끝나는 마지막날에 황진이가 지은 이별시입니다.
강가에 세워진 누각에서 송별연을 벌이고 있는 도중이지요. 오동잎 떨어진 뜰에 들국화는 노랗게 피어있고, 높은 누각에서 거나하게 술에 취했습니다. 거문고 타고 피리도 불고, 이리 즐기다가 황진이가 이 시를 지었을 것입니다. 소세양은 이 시를 듣고서 애초의 약속을 깨고 더 머물렀다고도 합니다. 황진이의 의도 역시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런 시를 지어준다면 누구든 뿌리치고 떠나기가 힘들 듯합니다. 그리고 헤어진 후에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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