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 한문2008/01/04 14:35

[2004년 2월 10일 작성]

남명(南冥) 조식(曹植) 선생의 한시를 한 수 읽어봅니다.
한자만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는 분이라면 번역한 부분만 보세요. 그거라도 봐야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한자도 봐주세요. 쉬운 한자라 그다지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   偶吟  (우연히 읊다)  -

人之愛正士         사람들이 바른 선비 아끼는 것이
(인지애정사)
好虎皮相似         범 가죽 좋아함과 비슷하구나
(호호피상사)
生前欲殺之         살았을 적엔 죽이고자 하다가
(생전욕살지)
死後方稱美         죽은 후에야 아름답다 칭찬을 하네
(사후방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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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선생은 평생 벼슬자리에 나가지 않고, 지리산 근처에 서재를 지어놓고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가르치던 분입니다. 우리나라 성리학에 굵직한 업적을 남긴 분이기도 하지요. 임진왜란 때 경상도에서 일어난 의병의 주축이 바로 조식 선생의 제자들이었고, 유명한 홍의장군 곽재우가 바로 선생의 제자이자 외손녀 사위입니다.

꼿꼿한 선비의 표본과도 같은 양반이 조식 선생이니, 이 시에서 말하는 바른 선비는 어쩌면 선생 자신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시의 세태를 풍자한 것일 가능성도 많기는 하지만요.

아무튼 조식 선생이 꼬집은 세태는 현재에도 거의 마찬가지 모습이지요?


자기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처음엔 대부분 잘한다고 칭송을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유명해지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이른바 안티가 생기게 됩니다.

건설적으로 그 사람의 일이나 업적을 비판하는 안티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그것은 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고, 크게는 일의 발전에도 보탬이 됩니다. 그런데 바람직한 안티는 별로 없고, 대부분이 안티를 위한 안티에 불과합니다. 밑바닥에 질투와 시기심을 깔고서 굶주린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탐하듯이 시뻘건 눈을 하고서 뭔가 트집잡을 일이 없나 주위를 맴돕니다. 업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비난하고, 본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엽적인 것에서 꼬투리를 잡습니다.

웃기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잘났고 똑똑하다는 것을 드려내려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을 까대는 것으로 자기도 한번 튀어보겠다는 것이지요. 유치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앞서가는 사람의 다리를 거는 것을 자기가 앞서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위에 있는 사람의 덜미를 당기는 것이 자기가 위로 오르는 수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앞서는 것도 올라서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제자리에 있을 뿐인데, 남을 뭉개는 것을 자기를 높이는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술계, 문화계, 학계, 연예계 등은 물론이고 직장이나 학교, 친목회 등의 모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작게는 동네 조기축구회에서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곧잘 찾아볼 수 있는 일입니다. 블로그에서도...?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을 씹는 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나타내고자하는 사람, 남이 잘되는 것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까내려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을 끌어내리는 것이 자기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바른 선비를 잡아죽이고 나서야 칭찬하는 사람...

대체 어느 세월에야 없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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