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7일 작성]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 찾은 한시 한 편 올립니다.
고려말의 명신(名臣)이자 우리 문학사에 우뚝한 자취를 남긴 이규보 선생의 작품입니다.
雪中訪友人不遇 (눈 오는데 친구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雪色白於紙 눈 색이 종이보다 희길래
(설색백어지)
擧鞭書姓字 채찍 들어 이름 적었다
(거편서성자)
莫敎風掃地 바람아, 눈 쓸어가지 말고
(막교풍소지)
好待主人至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주렴
(호대주인지)
내 멋대로 시 해설 시작.
막상 해설을 해보려니 할 말이 별로 없네요. 그냥 읽어보면 그림이 그려지지요..? 워낙 솜씨있게 지은 작품이라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조금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이규보 선생이 눈 오는 날 친구네 집에 놀러갔습니다. 아마 당나귀 정도 타고서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그 친구가 집에 없네요. 집 앞에서 서성대다가 종이보다 흰 빛의 눈이 도톰하게 깔려있는 것을 보게되었습니다. 채찍으로 눈 위에 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친구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왔다갔다는 표시는 해야겠으니까요. 아마도 출세하여 잘 사는 친구는 아니었던지 방문 소식을 전해줄 하인도 없었나봅니다. 조용한 곳에 은거하여 혼자 사는 선비였던가봐요.
아무튼 이름을 적어놓기는 했는데 문득 걱정이 됩니다. 바람이 불어서 눈을 쓸어 글자를 덮어버릴 것이 말이지요.
심오한 뜻이 있다거나 인생 철학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만 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풍류가 있고, 운치가 있고, 소박하면서도 재치가 넘칩니다. 간결하게 그려진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제 입맛에는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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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와 "고성고성~"하며 할아버지의 호를 부르시던 이 노인이 생각이 납니다 ^--^
2008/01/11 13:30 [ ADDR : EDIT/ DEL : REPLY ]어르신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니 따라갈수없는) 풍류를 지님이 분명해요 (그 깊이를 헤아릴수 없어요)
비가오길레...
(위쪽지방은 눈이오시겠죠?) 한번 찾아본 시입니다
좋습니다 시...
이 작품 참 좋지요? 구석에 묻혀있는 포스트를 발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8/01/11 14:54 [ ADDR : EDIT / DEL ]그리고 여기는 밤새 눈이 내려 제법 쌓였는데, 지금은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네요. 눈이 녹아서 다행스럽게도 미끄러질 걱정을 없을 듯;;;
그냥 읽었을땐 무슨뜻인가 했는데...
2010/02/13 00:32 [ ADDR : EDIT/ DEL : REPLY ]해설을 두고 보니 엄청 재미있네요..
벽현님 덕분에 오늘도 교양하나 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