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튼소리2008/01/04 01:46

[2004년 5월 26일 작성]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듣자하니 절마다 여러가지 행사를 하는 모양인데 그 중 '탑돌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한번도 구경을 못했으니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짐작컨대 연등을 환하게 밝여놓은 가운데 절 마당에 있는 탑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돌면서 송불도 하고 기원도 드리는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설명 부탁드리고요..


아무튼 탑돌이하면 생각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신라에 해마다 2월이 되면 흥륜사의 탑을 돌면서 복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성왕 때 김현(金現)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밤늦도록 혼자서 이 탑돌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웬 묘령의 아가씨가 염불을 외면서 함께 탑을 돌고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눈이 맞아갖고, 탑돌이를 마치고서 구석진 곳에 가서 정을 통했답니다. 진도 참 빨리 나갔지요. 아무튼 원전에 그리 되어있답니다...


여인네가 집으로 돌아가며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김현은 막무가내로 쫓아갔습니다. 별수없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켰습니다. 노파는 딸을 나무라며 오라비들이 그를 해칠지도 모른다며 김현을 숨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호랑이 세마리가 들어오더니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안에 비린내가 나는데, 잡아서 요기나 하면 좋겠다'라고 그랬다네요. 노파가 너희들의 코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는데, 순간 하늘에서 노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희들이 자꾸 사람 목숨을 해치니 한 놈을 죽여서 징계하겠다'


호랑이들이 벌벌 떠는데, 그 처녀가 오라버니들이 멀리 달아나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친다면 하늘의 벌은 자기가 대신 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빠 호랑이들은 기뻐하며 달아났고, 처녀는 숨어있는 김현에게 가서 자기가 본래 호랑이 였음을 고백하고, 비록 종류는 다르지만 인연을 맺었으니 부부가 된 셈인데 이왕지사 죽을 몸 낭군의 손에 죽기를 바란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자거리에 들어가 사람을 마구 해치고 다니겠다. 임금이 포상을 걸고 호랑이를 잡으라고 할 것이니, 그대는 나를 쫓아서 성의 북쪽으로 오도록 하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현이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거절을 했으나 여인은 좋은 말로 김현을 설득했고, 나중에 자기를 위해 절이나 하나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둘은 약속을 하고 울며 헤어졌지요.


다음날 성 안에 커다란 호랑이가 들어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잡을 수 없어서 임금이 벼슬자리를 걸고 호랑이 잡을 사람을 모집했습니다. 김현이 왕에게 가서 자기가 잡겠다고 말하고는 약속대로 성 북쪽 숲으로 갔습니다. 호랑이는 다시 여자로 변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내 발톱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흥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발 소리를 들으면 나을 것이라고 가르쳐준 후에 김현의 칼을 빼어 자기 목을 베었습니다.


김현은 숲을 나와 호랑이를 잡았음을 말하고, 배운대로 약방문을 써서 사람들을 치료했습니다. 그리고 벼슬길에 오르자마자 서천(西川)가에 절을 세우고 호원사(虎願寺)라고 이름을 짓고,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호랑이의 명복을 빌어주었다고 합니다.



탑돌이에 얽힌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허튼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言]  (0) 2008/01/04
진짜 허튼소리  (0) 2008/01/04
탑돌이  (0) 2008/01/04
복수  (0) 2008/01/04
내 마음을 움직인 책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0) 2008/01/04
천재들에게 드린다  (0) 2008/01/04

TRACKBACK http://mojolog.net/trackback/1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